의약품의 치료효과와 같이 기술적 효과에 대한 증거가 요구되는 발명에 대해서 EPO는 출원 당시에 기재되어 있지 않은 사후적 증거 (실험 데이터 등)에 대해 어떻게 취급하고 있을까요? 

의약품이 되기 위해 필요한 실험 데이터를 출원 당시에 모두 포함시켜야 한다면 특허 출원을 위한 비용과 시간이 많이 요구되며 무효가 쉽게 될 수 있어 의약품 개발에 대한 보호가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사후적 증거를 통해 쉽게 특허를 받을 수 있다면, 투기적인 출원이 야기되며 제3자들에게 불안정성이 높아집니다.

유럽에서는 두 극단의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한 요건으로서 plausibility라는 개념의 요건이 실무상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개념과 요건, 입증책임 등에 대해 일관되지 않은 문제가 있었고 이를 확립하기 위한 시도로서, EPO의 심판부는 Enlarged Board of Appeal (이하 EBA)에 관련 질문을 제기하였고, 지난 2023년 3월 EBA의 결정이 있었습니다.

 

Plausibility의 개념

 

“Plausibility”는 EPC에 기재된 법률상 용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EPO의 판례상에서 사후적 증거의 고려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 (threshold)으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기술적 효과를 판단함에 있어 판례의 일관된 입장은, 출원 당시 명세서가 plausible하게 기술적 효과를 제시해야 하고, 그 요건이 일단 충족되고 나면, 실제로 그러한 기술적 효과가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사후 제출되는 증거가 고려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기술적 효과가 명세서에 plausible하게 개시되어 있지 않았다면, 아무리 출원 이후에 실제로 효과가 있음을 밝혀도 기술적 효과가 있음이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와 같이, plausibility는 명세서의 기술적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사후적 증거가 고려될지 말지를 결정하는 기준(threshold)의 역할을 해 왔습니다.

이러한 plausibility의 개념은 효과의 존재와 관련하여 진보성 뿐만 아니라 충분성 및 산업상 이용가능성의 판단에 사용됩니다. 나아가, 출원 당시에 기술적 효과를 인식하여 명세서가 작성된 것인지 여부와 관련하여, 우선권 및 보정 적법성 판단에도 등장하는 개념으로 여겨졌습니다.

이러한 개념의 존재를 전제로 plausibility의 여부를 판단한 여러 EPO의 판례가 있습니다. 의약품의 의약용도에 있어 대체적으로는 최소한의 활성 데이터가 기재되어 있을 것이 요구됩니다. 단순히 활성의 분석 방법만 기재하고 구체적인 결과를 기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plausibility가 결여되며, 사후 데이터는 고려되지 않고 기술적 효과가 없는 것으로 취급됩니다 (T488/16 참조). 

반면, 데이터가 기재되어 있지 않더라도 치료제와 메커니즘의 관계, 메커니즘과 치료효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식으로 기재된 명세서는 plausibility가 인정되어, 기존 명세서에는 활성 데이터가 없음에도 추가 데이터를 제출할 수 있어 효과가 인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T950/13 참조). 

 

G2/21

 

EP 2 484 209의 특허에 대한 이의신청 및 이어지는 심판 사건 (T 0116/18)에서는 진보성 판단에 사후 데이터 고려가 가능한지 판단이 필요하였고 (사안 설명은 지면상 생략하겠습니다), EBA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1. 출원 시에 기술적 효과에 대한 증거가 없고, 사후 데이터에만 있는 경우, 사후 데이터는 고려될 수 있는가?
  2. 1번에 대한 답이 yes이면, 출원 당시 명세서가 효과에 대해 plausible한 경우에 데이터가 고려될 수 있는가? 
  3. 1번에 대한 답이 yes라면, 출원 당시 명세서가 효과에 대해 implausible하지 않은 경우에 데이터가 고려될 수 있는가?

참고로, 2번 및 3번 질문의 차이는 입증책임과 관련된 것입니다. 

 

EBA의 답변

 

이에 대한 EBA의 결정이 지난 2023년 3월 23일에 발표되었으나, 많은 사람들의 기대에 비해 명쾌한 답변이 아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먼저 EBA는 1번 질문 (즉, 사후적 데이터 고려가 기본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 긍정적이었습니다. 사후적 데이터라는 이유만으로 기술적 효과를 판단하는데 무시할 수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G2/21의 헤드노트 1).

2번 및 3번 질문과 관련하여, plausibility의 개념은 법률적 개념이나 EPC에 따른 특허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일축하였습니다 (G2/21의단락 92). 그리고 출원인/특허권자가 진보성 주장을 위해 의지할 수 있는 기술적 효과의 판단 기준 (“encompassed by the technical teaching” 및 “embodied by the same originally disclosed invention”)을 제시하였습니다 (G2/21의단락 헤드노트 2). 

 

EBA 결정에 따른 영향

 

이처럼 EBA는 법률에 기재되지 않는 단어인 plausibility의 사용을 피하고자 하였고, 사후 데이터가 언제 어떻게 기술적 효과를 뒷받침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하지 않았습니다. 추상적인 요건들로 인해 유럽의 전문가들의 해석은 분분한 것 같습니다. 적어도 진보성 판단에 있어서는, ‘plausibility’가 더 이상 참조할 수 없는 개념이라고 보는 인식도 있는 반면, ‘plausibility’라는 단어가 기존처럼 사용되지는 않더라도 변한 것은 없으며 그 요지는 계속 살아남았다고 보는 관점도 있습니다.

앞으로 EPO의 심판 및 심사 단계에서 G2/21를 어떻게 해석하여 실무에 적용할지 많은 관심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해당 결정으로부터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EPO 심판부는 대체로 ‘plausibility’의 개념 언급을 회피하고, EBA의 헤드노트 2에 기재된 추상적인 테스트를 적용하고자 노력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과거의 판례들과 비교하여 결론이 달라지는 상황을 목격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G2/21의 결정은 최소한 사후 데이터가 무시될 수는 없음을 명확히 한 점에서는 의미가 있고, 사후 데이터 취급에 대한 법리가 확립되기 어려운 것임을 재확인한 것 같습니다. 특허의 등록 안정성과 출원일 선점이라는 가치를 비교하여, R&D 초기 과정에서 출원할지 아니면 보다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여 추후에 출원할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토마스 월터는 저희 사무소에서 해당 주제에 대한 전문가로서, 일부 주요 판례에 기여한 변리사입니다. 그의 G2/21 결정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이곳을 참고해주세요.


 

 

Auth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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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재 (Hojae Lee)

이호재 변리사는 생명과학팀의 한국 변리사입니다. 한국의 법률 문제에 대해 다양한 고객들에게 조언을 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유럽 변리사 자격 취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EPO 출원 절차에 대해 한국 고객들에게 조언하는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Email: hojae.lee@mewburn.com